놀다올께...

어제 늦은 오후,
아빠가 책을 다 꺼내 묶는걸 본 예빈이가
"아빠! 예빈이 책 왜 묶어요?"
내가 얼른 말을 받아서,
"저번에 예빈이가 그랬지? 다현이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구?
그래서 예빈이꺼 다 가지고 가서 언니랑 놀다오라구"
"으응! 예빈이 다현이집에서 놀다오라구?"
"응! 예빈이꺼 책이랑 소꿉이랑 장난감 다 싸줄께 언니집에 가서 놀고와"
"다 놀구 여기 우리집에 가지고 올께"
"응!"
(신발을 다 꺼내 싸는걸 보더니)
"신발은 또 왜 다 싸는데?"
"예빈이 언니하고 놀이터에서 놀면은 신발에 모래 다 들어가서 빨아야하지?
그러면 갈아 신어야지."
"응!"
(제 옷 싸는걸 보며)
"예빈옷은 또 왜 다 싸는데?"
"언니랑 신나게 놀다보면 땀 많이 나지? 그러면 갈아 입어야지."
"응!"
이때 군에간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빈이 바꿔달라고 해서"예빈아! 오빠다 전화 받어"
얼른 뛰어와 전화를 받더니
"오빠! 예빈이꺼 다 가지고 다현이 집에가서 놀다올께.
다현이집에는 아무것두 없거든. 그래서 예빈이꺼 다 가지고 가서 놀다올께.
오빠! 사랑해!"ㅠㅠㅠㅠ
간간히 다현이집 이야기를 했던것이 먹히는지 암튼 생각보단 수월하게 짐을쌌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밤새 잘자고 아침에 일어나 제 이불을 싸는걸 보고는
"예빈이 이불은 왜 또 싸?"
"다현이집에 가서 덮으라구."
대답도 없이 아빠를 찾는다.
"아빠, 회사가셨지. 근데 아빠는 왜?"
"아빠는 안가?(이건 또 뭔 소리야)"
"응! 저번에두 아빠는 안갔잖아."
"그럼 엄마는?"
"엄마두 안가.다현이 집에는 예빈이만 가서 놀다와. 엄마가 싸준 과자, 언니랑 사이좋게 나눠 먹구 예빈이 장난감 언니두 주고 재밌게 많이많이 놀다와?
그리고 먹고 싶은것 있으면 언니집에 엄마한테 얘기하면 예빈이 먹고싶은것
다 사주실거야. 알았지?"
"응! 근데 다현이집에 된장찌게두 싸가지구 가자 응?"
ㅎㅎㅎㅎㅎ
..........
그래 네가 내 스승이다.
너는 나를 떠나는게 아니구.
놀러가는거야. 놀러......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근데, 놀러갔다가 시집 갈때쯤 오려나?......

이    름 :	유경희
날    짜 :	2005-05-21(11:33)
방    문 :	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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